푸른게시판 참경제칼럼

[시사인:생활경제보건소 24] 국내 가격이 ‘직구’하게 만드네
푸른살림 2017.03.17

[시사인:생활경제보건소 24] 국내 가격이 ‘직구’하게 만드네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직구’가 인기다.

한 해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화물 반입만 719만 건에 이른다.

비행기 타고 오는 물건이 대체 얼마나 싸기에….

[329호] 2013년 12월 31일 (화) 10:15:11

박미정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생활경제상담센터장)  webmaster@sisain.co.kr

요즘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해외 직접 구매(일명 해외 직구)’가 인기다. 인천공항 세관에 따르면 2012년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화물 반입은 719만8000여 건으로 2011년 506만5000여 건보다 42.1%나 늘었다. 2008년 195만5000여 건에 비하면 무려 세 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굳이 외국어로 된 사이트에 들어가 미심쩍은 결제 과정을 거치면서도 뭔가를 사는 불편함을 감내하는 이가 많은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함’이다. 

최근 미국의 연말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2013년은 11월29일)’를 비롯해 ‘사이버 먼데이(블랙 프라이데이 다음 월요일)’ 등에 특히 저렴한 쇼핑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비행기씩이나 타고 오는 물건들이 싸면 대체 얼마나 싸다는 것일까.


실제로 한국에서 꽤 비싼 편에 속하는 각종 브랜드 제품들은 배송비까지 포함해도 한국에서 사는 가격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겨울 인기 제품인 어그부츠(양털 부츠)의 경우 미국에서 약 20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38만원을 넘게 받는다. 최대 80% 할인율이 적용되기도 한다니 과연 태평양을 건널 만큼 강력한 ‘폭탄 세일’이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면세 한도가 2012년부터 ‘상품 가격 기준 200달러 이하’로 상향 조정되었다. 특히 지난해는 원화 강세(2013년 11월29일 기준 달러당 1058원)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사람들의 구매력이 크게 상승하는 등 환경적 요인도 한몫 했다. 

IT 강국답게 국내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는 1주일 전부터 공동구매를 위한 파트너를 모집하거나 온라인 카페, SNS 등을 통해 할인 정보를 활발하게 교환하는 등 해외 직구에 가히 열광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언론에서도 ‘해외 직구 따라잡기 노하우’ 연속 기사를 내보내는 등 이 열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자. 해외로부터 배송되니까 교환·환불은 상대적으로 어려울 테고, 애프터서비스라도 할라치면 최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혹여 면세 범위를 넘으면 상품에 따라 최대 55%의 관세가 매겨지므로 살 때부터 구입 단가를 고려해야 한다. 배송 사고나 사기 피해 등이 발생했을 때 구제나 책임 소재를 밝히기가 어렵다. 

한국의 열혈 직구족들이 주로 무엇을 샀는지 보니 크리스마스용 디즈니 인형, 유명 브랜드의 후드 티셔츠, 방한용 패딩 점퍼 등이 주를 이뤘다.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55인치 스마트TV가 한국은 250만원, 미국에선 130만원대 

이런 해외 직구 열풍을 통해 국내 소비자가격 정책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 가전사의 55인치 스마트TV의 경우 국내 인터넷 최저가는 250만원 정도, 하지만 현재 미국 가격은 그 절반가량인 130만원대라고 한다. 관세, 특수포장비, 배송비 등 ‘역수입’에 드는 비용을 모두 더해도 80만원이나 더 싸다고 하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일시적 현상일 뿐인데 지나치게 호들갑 떠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이 국내에서 가장 비싸고 해외에서는 덤핑 판매된다 카더라’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따라서 내수 부진에는 아랑곳없이 단지 싸다는 이유로 해외 직구에 열을 올린다며 소비자들을 탓할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소비의 국경은 갈수록 사라져간다. 이런 거대한 불합리를 창출해낸 국내 유통업계의 안일한 가격 정책에 근본적 재검토가 요구된다. 소비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