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게시판 참경제칼럼

[시사인:생활경제보건소 25] 삶을 묻고 돈을 따져보자
푸른살림 2017.03.17

[시사인:생활경제보건소 25] 삶을 묻고 돈을 따져보자

재무설계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재무설계의 기준이 있다면 ‘웰에이징’이다.

삶을 위해 돈을 계획하는 것. 그게 바로 재무설계다.

[333호] 2014년 01월 24일 (금) 00:12:37

박미정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생활경제상담센터장)

경제교육 및 재무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재무설계’라는 게 어쩌면 인간에게 숙명과도 같은 ‘미래 불안’을 어떻게든 납득해보려는 인간들의 애절한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 사회라서, 내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일자리가 불안정해서만이 아니라, 당장 코앞의 미래도 알 수 없다는 근본적 불안은 애초부터 해소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겠나.

이 근본적 불안을 어떻게든 극복해보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지금의 ‘돈’ 중심의 사회구조를 직조해낸 게 아닐까 싶다. 불확실성의 미래에 무엇으로든 교환할 수 있는 ‘돈’을 보유하는 것만큼 안심이 되는 대안은 드물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 이상의 ‘돈’을 축적하려는 욕망은 각종 불안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와도 비례한다고도 보인다.

그러한 ‘미래 불안’의 핵심 중 하나는 ‘노화’와 ‘쇠락’ 그리고 종국에 맞을 ‘죽음’에 우리 자신이 완전히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노화는 자연현상일까 질병일까. 100세 시대 개막은 노화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규정한 의료산업의 팡파르 같다. 실제로 안티에이징 시장은 매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안티에이징(anti-aging). 나이 듦을 막겠다? 생로병사의 순리 앞에 이게 상식적으로 가당키나 한가? 그럼에도 이 얄팍하고도 뻔한 거짓말이 수천억원대 노화 지연 산업의 핵심 모토로 버젓이 외쳐지고 있다. 좀 더 젊게 살고자 하는 노력이 뭐가 나쁘겠냐마는, 문제는 ‘안티에이징’ 하느라 ‘웰 에이징(well aging)’ 할 돈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노후자금 부족’ 이면에는 안티에이징을 향한 욕망과 간병기에 대한 공포가 뒤범벅이 되어 불필요한 돈 낭비를 부추긴다.

1인 1암보험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성인들에게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요령>(더난출판사)이라는 책을 쓴 방사선 암치료 전문가 곤도 마코토 씨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암에는 진짜 암과 유사 암이 있어서 유사 암은 방치해도 진짜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진짜 암은 현대의학으로 완치할 수 없으니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아봐야 고통만 가중되고, 생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어느 쪽이건 수술을 하지 않는 쪽, 항암 치료를 하지 않는 쪽이 고통이 적고 오래 산다.” 정말 그럴지 여부야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겠으나, 이 얘기대로라면 암을 걱정하느라 미리 지출하는 비용이나 실제 발병 시 각종 치료에 들어갈 적잖은 돈은 필수 비용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마음 놓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쪽으로 돌려 쓸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된다. 

웰 에이징은 ‘현재’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현금 흐름을 만드는 일


곤도 씨는 책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리빙윌’을 소개한다. 리빙윌(Living Will)이란 미리 써두는 의료 관련 유언을 뜻한다. 그는 구급차를 부르지 말 것,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말 것, 튜브를 통한 영양공급 등 일체의 연명의료를 받게 하지 말 것 같은 내용을 적어 집에 보관해뒀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로 주어진 삶은 아닐지라도 나름 최선을 다해 살다가 노화되어 그 소용이 다해질 때 인위적 연명 없이 떠나기를 결정한다면, 간병기 대비용 자금을 준비하기 위한 여력 또한 지금 삶의 질을 향상하는 쪽으로 돌려 쓸 수 있게 된다.

‘생로병사’의 순리에 순응하면 악착같은 노후 준비보다 매일매일 사라지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해진다. 지금 내 앞에서 웃고 있는 이 해맑은 아이는 곧 질풍노도의 사춘기로 성장할 것이며, 잔소리 충만하신 노모는 영원히 내 곁에 계시지 않을 것이다. 매일매일 복닥거리며 싸울지라도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사람과의 인연은 몇 년일까. 이 모든 ‘현재’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현금 흐름을 만드는 일이 곧 ‘웰에이징’이 아닐까.

인생의 끝을 천천히 생각해보면서 지금의 삶을 조망해보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풀무질을 가하여 과장되어버린 재무설계가 아닌, 조금은 색다른 재무설계의 기준을 제시해줄지도 모른다. 돈을 위해 삶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해 돈을 계획하는 것이 재무설계다.

※ 생활경제보건소와 꼼꼼재무설계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써주신 필자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