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게시판 참경제칼럼

[뱅크샐러드 02] 지출관리, 내가 어디에 얼마 쓰고 사는지 알아야 하는 이유
푸른살림 2017.03.17

[뱅크샐러드 02] 지출관리, 내가 어디에 얼마 쓰고 사는지 알아야 하는 이유

지난 글에서 균형잡힌 돈 관리를 시작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적정연비부터 파악해보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어디에 얼마 정도를 쓰고 사는지부터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게 현재 본인의 경제적 현실이고, 또 그것을 알아야 미래 계획이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현재 자신의 지출 성향이나 습성에 대해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매일매일 돈을 쓰고는 살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돈 관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돈을 아껴써야 하는 걸까요? 현재 아끼고 절약해야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다시 묻습니다. 저축은 왜 하는 걸까요? 부자가 되기 위해서? 대부분 저축은 "나중에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서"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저축해도 2~3년 안에 그 돈을 쓸 일이 생긴다는 건 현실적으로 잘 알고 계시겠죠? 
 

결국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돈을 벌면 일부는 지금 쓰고, 일부는 나중에 쓰죠. 결국 수중에 돈이 남아 있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안 쓰고 2억 3억 돈을 모아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을 모으기보다는, "지금 당장이 아닌, 조금 나중에 쓸 돈"을 구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돈을 버는 동안
 "지금 쓰는 돈"과 "나중에 쓰는 돈"에 대한 자기만의 "황금률"을 찾는 것이 관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황금률에 자기 성향이 묻어난다

현재 본인이 100만큼 벌고 있다면, 현재 쓰는 돈과 나중에 쓰는 돈의 황금률은 얼마 정도의 비율로 배분하는 것이 좋을까요? 90:10? 80:20? 70:30? 설마 100:0? 뭐, 어느 비율이든 "지금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결국
 "자신이 택한 비율"대로 본인의 모든 돈 관리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지금으로선 최적의 황금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얼마 정도로 나누는게 좋을지 궁금해집니다.여기에 옛 성현들께서 "최소"한의 기준점은 주신 듯 합니다. 이름하여 "십일조". 소득의 10%를 무조건 모아서 나중에 필요할 때를 대비하라. 물론 이는, 몸이 건강하다면 계속 일하는 걸 전제로 한 비율이긴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가 "미래"에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버는 돈은 현재 먹고 사는 데 가장 많이 쓰입니다. 그러니 돈 관리는 돈이 가장 많이 쓰이는 "현재"부터 관리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지요. 다시 말하면, "현재와 미래를 얼마 정도의 비율로 배분해야 좋은가?"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 먼저 "나는 실제로 현재와 미래를 얼마 정도의 비율로 배분하여 살고 있는가?"부터 아는 게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정확히 들여다보기 위해 지출 현황표를 작성해보는 것이구요. 

지속적으로 소비 성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


너무 돈을 함부로 쓰고 사는 것 같아요.  
좀더 줄이고 규모있는 소비생활을 하고 싶어요.



단순히 씀씀이만을 기준으로 검소하다거나 과소비 성향이 있다고 판단해버린다고 해서 소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하는 금액 못지 않게 나의 "소비 분야, 소비 품목, 소비가 주로 일어나는 때와 장소, 소비 욕구가 발생하는 원인" 등 다양한 요소가 나의 소비를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소비성향을 파악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천천히 장부를 쓰면서 자신의 소비성향에 대해 하나하나 새롭게 배워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는 선택 행위니다. 그리고 인간의 "선택"은 오랜 고심 끝에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하며 신중하게 내려지는 "합리적인 결정 과정"이라기보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이러한 순간적인 판단(snap judgment)을 깜짝임, 흘긋 봄, 섬광 등의 뜻을 지닌 "블링크 Blink"로 명명합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일견하는데는 3초도 길다고 합니다. 어떤 실험에서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매력·호감도·신뢰도·능력·공격성 등을 평가해보라고 하자, 0.1초 뒤의 판단과 0.5초, 1초 뒤에 내린 결론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첫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 접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우리의 소비 선택은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단 무언갈 선택한 후에라야 비로소 내가 이런 소비를 좋아하는구나, 혹은 후회하는구나를 알게 됩니다. 

물론 "블링크"가 빠른 선택이라고 해서 단순히 감정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쇼핑 공간에 놓인 우리는 본능처럼, 습관처럼 빠른 일견과 호감에 근거한 선택을 하도록 종용받게 됩니다. 쇼핑 공간 밖에서는 다양한 매스미디어와 휴대폰 등을 통해 점멸하는 소비 욕망을 자극받게 됩니다. 애를 쓰고 참아야만 소비를 멈출 수 있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소비의 만족이나 적정 규모의 소비 개념 등은 갈수록 혼미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빠른 선택들" 간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데 있습니다. 정해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얻고, 후회로 인한 물적 손실을 줄이는 소비를 해나가야 경제생활의 만족도가 높아질테니까요. 








왜 우리는 어떤 소비에는 만족하고, 어떤 소비에는 후회할까?

대부분의 소비는 나의 선호도가 반영된 선택인데, 왜 어떤 선택에는 만족하고, 어떤 선택에는 뼈저린 후회를 하게 될까요? 

A씨는 OO마트에서 대형 평면 TV를 시중보다 싼 가격에 샀다고 좋아합니다. 문제는 그 TV를 사서 집에 설치하면서 비로소 20평형대 초반의 집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데 있었지요. 대니얼 카너먼은 엄연히 객관적인 fact (우리 집은 20평형대 초반이다)가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이 단순히 자신의 고정관념(같은 가격이라면 TV가 클수록 좋다)이나 관습 등을 통해 내리는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가리켜 휴리스틱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휴리스틱은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증명해주는 근거가 됩니다. 

휴리스틱의 한 종류인 "감정 휴리스틱"은 미국 오리건대학의 심리학자 폴 슬로빅(Paul Slovic)이 제안한 것으로, 사람들의 기분이나 감정이 세상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결정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는 무언가를 소비할 때 자신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적 편향에 의존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상품 광고들에는 감정 휴리스틱이 철철 흘러넘치기 마련입니다. 상품의 핵심 감정을 결정하는 단어들이 재빠르게 우리의 판단을 결정하도록 자극합니다. 똑같은 쥬스 중 웰빙이나 프리미엄이란 단어가 붙은 쥬스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은 브랜드의 자동차라도 새로움을 강조하는 뉴 new가 붙으면 더 선호하며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기도 합니다. 실제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가 제품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구태여 따져보지 않고도 감정적 선호만으로 쉽게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소비 선택은 지극히 순간적인 결정일 뿐만 아니라, 한정된 재원이나 필요 등에 대한 고려보다 고정관념이나 감정적 편향에 의거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비 지출이 발생한 후 장부를 쓰며 다시 들여다보고 관리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주어진 여력에 맞는 균형잡힌 소비 습관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돈을 절약하자는 의미라기보다 나만의 적정 소비 기준을 찾고, 비용 대비 만족을 얻는 소비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소비 성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것입니다. .